[JES 김범석]
세상에서 거짓말하지 않는 건 세금 밖에 없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세금의 정직성(?)을 강조한 조크이면서 거짓말이 그만큼 넘쳐난다는 얘기도 된다.
알면서도 하루쯤 기분좋게 속아주는 날. 4월 1일 만우절이다.2003년 장국영이 홍콩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투신자살한 날도 공교롭게 4월 1일이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홍콩발 외신을 접하기 전까진 이 소식을 만우절 이벤트로 여기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만우절을 맞아 연예계와 거짓말을 조명해봤다. 연예인은 언제, 왜 거짓말을 하는 걸까.
▲사생활 관련 거짓말
탤런트 이보영의 매니저 홍성우씨는 요즘도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겁이 덜컥 난다고 한다. 발신자가 낯선 번호일 경우 여전히 통화거절 버튼을 누를 때가 많다. 지난 달 이보영이 지성과 사귀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부터 생긴 습관이다.
이보영은 자신이 주연한 영화 '원스어폰어타임' 개봉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남자친구가 없다"고 했지만 한 달도 안 돼 지성과 자동차에서 포옹하고 선물을 주고받는 장면이 포착돼 거짓말이 '뽀록'났다.
가장 흔한 연예인의 거짓말은 이성과 관련된 질문을 했을 때다. 연예인에게 "이성친구가 있냐?"고 묻는 건 헤어숍에 가서 "제 머리 지금쯤 다듬어야겠죠?"라고 묻는 것과 같다.
세상에 어느 연예인이 이 질문에 덥석 "저 누구랑 사귀고 있다"고 자수할까. 우문도 이런 우문이 없다. 평소 '애인 생기면 떳떳하게 공개하겠다'고 공언해 온 연예인들도 막상 연애에 돌입하면 십중팔구 몰래데이트를 하게 돼있다.
연애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괜히 공개하면 여러모로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안정궤도에 접어들지 않은 커플일 경우 열애설에 휩싸이면 모든 게 공염불로 돌아갈 확률이 높아 더욱 쉬쉬하게 된다. 매니저조차 모르게 연애하는 고단수도 많다. 이들의 연애가 소속사 입장에선 전혀 달갑지 않은 뉴스이기 때문이다.
▲솔직하면 나만 손해?
드라마나 영화 캐스팅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영화 '도마뱀'처럼 실제 연인이 출연할 경우 둘 사이에 불화라도 생기면 당장 촬영장 분위기도 저기압 전선이 형성된다. 말이 좋아서 공개 연인이지 '우리 사귄다'고 기자회견하는 연예인이 없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사생활 관련 거짓말은 어느 정도 필요악이라는 게 연예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연예인도 사람인데 너무 많은 걸 들추면 모욕감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오리엔탈 포레스트 배경렬 대표는 "한 미인대회 출신 연예인의 경우 얼굴과 가슴 성형수술을 했지만 인터뷰 때마다 태연하게 자연미인이라고 주장하는 걸 보면 괘씸하다는 생각 보다 안됐다는 마음이 앞선다"고 털어놓았다.
요즘처럼 인터넷과 댓글이 발달하기 전까지는 나이와 키, 체중 같은 신상정보도 대부분 거짓이었다. 방송 나이가 신분증 나이를 대체했고, 165cm·45㎏이 여자 연예인의 KS마크처럼 통용됐다. 작년 사회문제로 비화된 허위 학력도 아날로그 시대와 연예인들의 가방끈 콤플렉스가 이종교배한 부산물이었다.
이런 종류의 거짓말은 자신을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으로 보이게 하려는 심리에서 기인한다. 웰메이드 스타엠 신승훈 부사장은 "솔직하면 나만 손해 보는 풍조가 연예인의 거짓말에 한몫한다"며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거짓말이라면 굳이 죄의식을 갖지 않으려는 경향은 일반인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말했다.
▲본전 못 찾는 거짓말
선의의 거짓말은 애교로 넘어가지만 돌이킬 수 없는 화를 자초한 연예인도 여럿 있었다. 군대 가겠다고 호언장담한 뒤 슬그머니 한국 국적을 포기한 유승준, 운동으로 살을 뺐다고 거짓말한 뒤 눈물의 기자회견을 했던 이영자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경우 대중들은 마치 농락당했다는 생각이 들어 실망과 분노를 경험하게 된다. 평소 기대치가 높았던 연예인일수록 이런 반감은 더 커진다.
오라클엔터테인먼트 성용주 실장은 "링거·실신 투혼도 스케줄이 꼬일 때 종종 사용하는 거짓말"이라며 "금융, 건설처럼 신뢰도를 중시하는 CF 모델의 경우 인지도 보다 호감도와 평상시 이미지가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코가 자꾸 길어지는 피노키오에겐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김범석 기자 [kb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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