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이지은] “무형의 점포가 박살당했다.” 21일 MBC ‘무한도전’ 김태호 PD와 MBC를 지적재산권 침해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한 작사·작곡가 박인호(본명 박문영)씨는 이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가 쓴 가요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 ‘무한도전을 빛낸 100개의 장면들’로 바뀌면서 한 순간에 웃음거리가 됐다는 것이다.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만들어 놓은 공간을 빼앗겼다”고 주장한 박씨는 “어린이들에게 애국심을 심어주기 위해 만든 곡인데 이렇게 무참히 짓밟힐 줄은 몰랐다”며 “방송국과 소송을 벌이는 일이 무섭고 두렵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씨와의 일문일답.
-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은 어떻게 해서 만들었나.
"‘독도는 우리 땅’을 만든 다음 반응이 좋았다. 독도 운동을 하겠다는 단체가 생겼고 나라를 아끼고 사랑하겠다는 사람들이 속속 나왔다. 이후 애국심을 고취하고 계승하기 위한 노래를 쓰고 싶었다. 1991년 6개월간 심혈을 기울여 한국사를 빛낸 인물들을 한 눈에 꿰뚫을 수 있는 노래를 만들었다. 아이들이 따라 부르기 쉽게 만들면 역사 교육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국을…’은 17년간 구상해온 나의 꿈
=이 곡은 방송을 거의 타지 않았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학교 강연과 수련회, 집회 등을 통해 이 노래를 알리기 위해 힘썼기 때문이다. 방송국 PD를 그만두고 역사와 관련된 노래와 도서 출판에 관련한 일에 몰입했다. (박씨는 1977년 TBC에 입사, KBS와 SBS를 거친 라디오 PD 출신이다.) IMF 때 사업이 힘들어져 미국으로 건너갔고 8년 동안 안해본 일 없이 고생하며 지냈다. 그때 느꼈다. 미국은 어린 아이 때부터 국가에 충성하게끔 교육시하고 있다는 것을. 강대국은 역시 다르다는 것을 느꼈고 한국에 돌아가 국민의 자존심을 살리는 민족운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태권도와 이 노래를 접목시켜 댄스그룹을 만들고 싶었다. 한마디로 폼 나게 한국을 알리고 싶었다."
-김태호 PD가 왜 이 노래를 베꼈다고 생각하나.
"김 PD는 시청률을 올리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던 것 같다. 자기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남의 권리를 고려하지 않았다. 이것도 일종의 남의 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독도는 우리 땅’의 경우 가수 마야나 디제이덕이 리메이크해서 부른 적이 있다. 원곡의 의미를 정확히 살렸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안된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아무리 오락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방송사를 상대로 소송을 한다는 게 무모하지 않나.
"주위에서 말렸다. 어떻게 MBC를 상대로 이길 수 있냐고. 물론 두렵고 떨린다. ‘무한도전’이 내보낸 방송 원본을 증거로 삼기 위해 인터넷 다시보기를 제출하려고 했지만 되레 ‘무단 복사’로 걸릴 것 같았다. 그래서 DVD를 3만원 주고 샀다. 이번 건을 진행하면 작사·작곡가로서 이미지가 매우 나빠질 것이다. 내가 명분을 가지고 싸우지만 분명 일부에서는 나더러 ‘골치 아픈 사람’이라고 말할 것이다. 두번씩이나 피해를 당하게 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소송을 건 이유는 ‘아프다’고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그토록 아끼는 곡을 너무나도 우습게 치부해버렸으니까…."
이지은 기자
노래 비교▶무한도전을 빛낸 100개의 장면들 노래: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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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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