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만드는데 교수·학생 구분있나요.”

한림대(총장:이영선)가 면학분위기 조성 등 학교발전을 위해 학생 및 교수들이 함께 머리를 맞댔다.

한림대는 7일 학생처 주관으로 총학생회, 동아리연합회, 단과대별 각 학과학생회대표, 학군단(ROTC) 학생생활관, 학보사, 교내방송국 등 전교생 대표들과의 간담회를 가졌다.

이처럼 학생처장 및 교직원들이 학생대표들과 전반적인 학교발전을 위해 모인 것은 처음이다.

학기초 총장과 총학생회 임원들이 정례적인 모임을 갖는 것은 매년 있지만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모인 적은 그동안 없었다는 것이 학교측의 설명이다.

이날 모임에서 학생대표들이 결속력을 과시하고 학교수준향상을 위한 면학분위기 조성 등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

또 학생처측은 캠퍼스 생활 전반에 대한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학생들과의 긴밀한 소통의 관계를 만들어가기로 했다

한림대 양은석 학생처장은 “대학들의 무한경쟁시대에 학교발전을 위해서는 학생교직원 등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며“정례화해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다. 김보경기자 bkk@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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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몽준 전 현대중공업 회장이 제 18대 총선 서울 동작 을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한나라당 소속 기호 2번으로 출마해 당선된 정 당선인은 1951년 부산에서 출생해 중앙고등학교,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정 당선인은 1977년 육군 중위(ROTC) 만기전역했으며 이후 미국 MIT경영대학원에 입학해 전문경영인이 되기 위한 유학시절을 보냈다. 1982년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취임해 경영인으로써 활약하다 1992년 울산 동구 14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치인으로 입문했다.

16대(2000년), 17대(2004년) 연이어 울산 동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정 당선자는 현재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 당선인은 자신의 텃밭이던 울산지역을 뒤로하고 처음으로 서울로 입성해 정동영 통합민주당 후보와 접전을 벌인 끝에 당선됐다.

천금주기자 juju7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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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생명보험사의 영업채널이 기존 설계조직에서 법인영업대리점(GA)으로 바뀌면서 GA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유독 A+에셋의 행보가 눈에 띈다.

A+에셋은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사라지는 열악한 GA시장에서 가장 탄탄한 자본력을 가지고 설립된 회사여서 더욱 세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삼성생명 개인영업 총괄임원을 지낸 곽근호 대표이사는 증권업계 출신 김경신씨, 대기업 출신 정용씨와 함께 업계 최대 자본금인 70억원을 가지고 A+에셋을 설립해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사무실 하나에 직원 하나만을 둔 채 영업시늉을 내며 수수료 받기에 급급한 GA들이 비일비재한 시장에서 거대한 자본력을 가진 GA의 등장은 시장 정화기능 등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삼성에서 개인영업을 총괄하던 곽 사장이 GA를 설립하자 삼성생명의 우수 설계조직이 대거 이동해 이들의 이탈을 막느라 삼성생명 지점장들이 A+에셋 행사장으로 출동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출범초기부터 많은 화제를 뿌리고 출발했지만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은 GA시장에 빠르게 자리잡을수 있었던 것은 영업총괄담당인 박경용 상무의 역할 때문이다. 박 상무는 하루도 쉬지 않고 영업현장을 뛰어다니며 전문화된 설계조직 육성과 지점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급속한 성장을 지향하지는 않는다.

그는 “그동안 GA들이 무수히 생기고 얼마안가 사라져 갔던 이유는 급속한 외형 확장에 비해 전문화된 설계조직의 미비와 이로인한 불완전 판매”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A+에셋은 외형경쟁보다는 전문화된 설계조직을 통해 소비자 니즈에 맞는 맞춤형 보험상품 제공은 펀드·예금등 종합자산관리 컨설팅을 제공하는 독립금융판매사인 IFA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상무의 이 같은 영업철학에 맞춰 A+에셋은 업계 최초로 대졸사원을 공채로 모집했다.

그는 “다른 곳에서 영입해 단기적으로 실적을 늘리는 GA시장의 관행과는 반대로 장기적으로 회사를 안정적이고 전문적으로 운용해 나가겠다는 회사의 방침에 따라 공채 사원을 모집해 조직에 대한 로열티를 심어주고 있다”고 밝혔다.

또 종합자산 컨설팅을 제공하기 위해 “은행 지점장 출신으로 구성된 자산컨설팅 전문조직을 구성중인데 1기 15명, 2기 20여명은 전문 교육을 마친 후 영업현장에 배치했으며 현재도 인원을 확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틈새시장 공략을 위해 군장교(ROTC) 출신의 영업조직을 모집하고 있다. 하반기까지 20여명을 목표로 이들을 통해 군장교 자산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A+에셋은 전국 24개 지점에 400여명의 설계사를 보유 중이다.

/toadk@fnnews.com김주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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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시스】

한나라당 제주도당 위원장 직무대행에 김영준 부위원장이 선임됐다.

한나라당 제주도당은 현명관 위원장이 10일 총선 패배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임함에 따라 김영준 제주도당 수석부위원장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주도당은 이날 낮 12시 긴급 운영회의를 갖고 김영준 부위원장을 수석부위원장으로 선임하고 현 위원장의 잔여임기인 6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위원장 직무대행직을 수행토록 결의했다고 밝혔다.

김영준 도당위원장 직무대행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비록 2개월여 정도 남은 기간이지만 최선을 다해 차기 위원장이 선출될 때까지 책무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영준 위원장 직무대행은 제주도의회 사무처장과 제주시 부시장, 대한민국 ROTC 제주도지구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나라당 제주도당 수석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장재혁기자 jjhye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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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전 3승2패의 화려한(?) 경력을 지닌 충청권 유일의 한나라당 제천·단양 당선자인 송광호씨(66)는 ‘퐁당퐁당 3선의원’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금배지를 거머쥔 전력도 특이하다.

14대 당선, 15대 낙선, 16대 당선, 17대 낙선, 이번 18대는 당선돼 결국 한 번씩 걸러 국회에 진출하는 금배지와 기이한 인연을 맺고 있다.

험난한 정치역정의 뒤안 길에서 남모르는 피눈물도 흘렸고 때론 상대 후보의 네거티브 전략에 말려 곤혹을 치른 적도 한 두번이 아니다.

그때마다 자신을 지탱케 해 준 큰 힘의 원천은 군 장교(ROTC 3기) 시절 철저히 몸에 밴 확고한 국가관과 탁월한 리더십 등이 그를 오뚜기 인생의 승리자로 만드는 계기가 됐다.

두 번씩이나 고배를 마셨을 때 주변의 차거운 시선과 냉대를 견디지 못해 결국 정치 허무주의에 빠져 방황하는 고비도 있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제천·단양지역의 자원봉사자들과 숨은 지지자들, 중·고교 동문들, 죽마고우들이 힘을 북돋아 줘 다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특히 지난 17대 총선 때는 ‘탄핵강풍’ 때문에 다잡은 토끼를 놓친 격으로 낙선의 충격을 가시지 못해 화병까지 얻을 정도로 시름에 빠졌다.

그러나 고통은 잠시일뿐.

그는 운동화 끈을 바짝 조여 메고 오지마을서부터 시작해 선거운동 기간보다 더 열심히 지역의 대소사는 물론 행사 등에 얼굴을 내밀며 재기를 다졌고 승리의 열매를 맺었다.

송 당선자는 “도와주신 지역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키 위해 여당 중진의원으로서 제 역할을 다 할 것”이라며 “지역경제를 살리기위한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포부를 내비쳤다.<총선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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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정치] “한·미 관계는 지난 수십년 간 숱한 우여곡절을 겪어왔지만 두 나라는 언제나 동지였습니다.”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은 11일 고려대 백주년기념관에서 ‘변화하는 세계 속의 한·미 관계’라는 주제로 열린 강연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곧 미국을 방문하게 되면 한·미 관계가 얼마나 탄탄한 지를 확인하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학생시위나 용산기지 이전문제 등으로 두 나라 관계가 위기에 봉착할 때도 많았지만 양국은 그 때마다 해법을 찾아왔다”며 “수입 쇠고기 논란이나 한·미 FTA 등 충돌을 빚을 때도 있었지만 두 나라의 동맹관계가 끊긴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파월 장관은 이어 “주한미군 주둔은 미국의 이익과 한국의 평화를 위해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것”이라며 “이것은 양국이 모두 공감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국 국민이 미군 철수를 원하면 언제든지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월 장관은 강연장을 가득 채운 학생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어린시절 엔지니어나 지질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ROTC에 들어가게 되면서 (군인이 되는 것이) 내 운명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최고가 되는 것이나 돈을 버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 일에 보람을 느끼고 스스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뉴욕시립대 재학 당시 학점도 좋지 않았고 4년이면 마칠 대학 과정도 4년 반이 걸렸다”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한국에 애정도 나타냈다. 파월 장관은 “일전에 냈던 자서전이 총 26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독자들로부터 가장 큰 호응을 얻었던 부분 중 하나가 동두천에서 중령으로 근무하던 당시를 회고한 8장이었다”면서 “한국에 근무하던 시절을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애착을 갖게 됐으며 한국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염원을 보며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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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계는 지난 수십년 간 숱한 우여곡절을 겪어왔지만 두 나라는 언제나 동지였습니다.”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은 11일 고려대 백주년기념관에서 ‘변화하는 세계 속의 한·미 관계’라는 주제로 열린 강연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곧 미국을 방문하게 되면 한·미 관계가 얼마나 탄탄한지를 확인하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학생시위나 용산기지 이전 문제 등으로 두 나라 관계가 위기에 봉착할 때도 많았지만 양국은 그 때마다 해법을 찾아왔다”며 “수입 쇠고기 논란이나 한·미 FTA 등 충돌이 있었을 때도 있었지만 두 나라의 동맹관계가 끊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파월 전 장관은 이어 “주한미군 주둔은 미국의 이익과 한국의 평화를 위해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것”이라며 “이것은 양국이 모두 공감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국 국민이 미군 철수를 원하면 언제든지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월 장관은 강연장을 가득 채운 학생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어린시절 엔지니어나 지질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ROTC에 들어가게 되면서 (군인이 되는 것이) 내 운명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최고가 되는 것이나 돈을 버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 일에 보람을 느끼고 스스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에 대한 애정도 나타냈다. 파월 전 장관은 “일전에 냈던 자서전이 총 26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독자들로부터 가장 큰 호응을 얻었던 부분 중 하나가 동두천에서 중령으로 근무하던 당시를 회고한 8장이었다”면서 “한국에 근무하던 시절을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애착을 갖게 됐으며 한국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염원을 보며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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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제22회 仁村기념강좌…콜린 파월 美 전 국무장관이 본 한미관계

《“이명박 대통령이 곧 미국을 방문하면 미국은 환대할 것이다. 한미관계는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위기 때마다 해결책을 찾아 왔다. 한국과 미국은 과거에도 그랬듯 앞으로도 우방이자 친구일 것이다.”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은 11일 재단법인 인촌기념회,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동아일보사 공동 주최로 고려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제22회 인촌기념강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파월 전 장관은 ‘변화하는 세계 속의 한미관계’에 대해 30여 분간 강연하면서 “한국과 미국은 강한 동맹국”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강경책과 유화책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기 위해 확고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 자세를 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1991년 걸프전인 ‘사막의 폭풍’ 작전을 수행한 미국의 전쟁영웅인 파월 전 장관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1기 국무장관으로 대북 협상파로도 꼽힌다.

파월 전 장관은 자신과 한국의 인연을 소개하며 “동두천 주한미군 근무 시절을 통해 한국 문화에 애착을 갖게 됐다. 한국인의 통일에 대한 염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강연 말미에 “한국의 일류대에 입학한 여러분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소외된 이웃들, 특히 해외에 있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재능과 시간을 나눠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강연에 이어 파월 전 장관은 대학생들과 취재진의 질문에 성의껏 답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영상취재: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 “美 대선후보들 한미동맹에 이견 없어”

―이 대통령은 여러 차례 한미관계의 복원에 대해 말했다. 복원은 한 번 훼손된 적이 있다는 의미를 함축하는데….

“한미 동맹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학생운동도 있었고, 주한미군 기지를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여러 문제 때문에 훼손됐다고 하지만 항상 회복돼 왔다. 한미관계가 끝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 대통령의 미국 방문으로 다시 한 번 한미관계가 탄탄해지는 것을 볼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쇠고기 수입 문제가 있지만 이 또한 해법을 찾을 것이다. 미국 대선 후보들은 FTA 등 각론에는 차이가 있지만 크게 볼 때 한미 동맹에는 이견이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과 미국이 공유하는 인권에 대한 신념, 개인의 자유에 대한 공통의 인식과 믿음이다.”

―통일 후에도 주한미군이 주둔해야 할까.

“주한미군은 한국민의 손에 달려 있다. 원하지 않으면 우리는 간다. 몇 년 전에는 북한도 심지어 ‘통일 후 미군이 계속 주둔해도 허용하겠다’는 얘기를 했었다. 한국 일본 등 태평양 국가들은 미군 주둔을 통해 안정적인 환경을 누릴 수 있다. 통일은 국민이 원하는 것이고 한국 국민이 원한다면 미국도 지지할 것이다. 통일 후에도 미군이 남길 원하면 미국은 어떤 규모로라도 주둔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중국이 통일 후 미군 주둔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질지 고려해야 한다.”

―미국은 비용과 노력이 들고 정치적인 논란도 있는데 왜 주한미군을 두는가.

“북한이 호전적인 태도를 보이는 한 미군은 한국에 주둔할 것이다. 주한미군은 평화를 위해서, 한국과 미국의 이익 모두를 위해 여기에 있다. 한미동맹은 주한미군이란 형태로 가시화된다.”

○ “부시 대통령, 北 인권 걱정”

―대북정책에는 지원책이냐, 강경책이냐는 딜레마가 있다.

“딜레마는 북한이 만들었다. 그러나 북한이 개선하면 그에 대한 대가는 주는 것이 맞다. 한국은 계속해서 북에 좋은 결과를 주는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북한에 ‘주기만 하지는 않겠다’는 자세를 취하는 동시에 북한과의 대화는 계속해야 한다. 북한은 늘 불평할 것이고 비난과 위협을 가하겠지만 실천할 수 없는 위협인 게 많다.”

―북한이 변할까.

“내가 6자회담 틀을 마련했던 것은 북한이 한국뿐 아니라 주변 국가들과 대화함으로써 북핵 문제가 해결되고, 미국뿐 아니라 인접 국가들과 함께 합의해 주면 북한도 스스로의 안보에 대해 확신을 갖지 않을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다시피 북한은 외교적으로 다루기 쉽지 않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체제 유지가 목표인 나라다. 늘 적대 상황이 필요하다. 부시 대통령도 북한 걱정을 많이 했다. 북한이 국민을 챙기는 정권이 아니라서 국민을 굶기기 때문이다. 언제 변할지 모르지만 한국이 현대화와 인터넷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 어떤 삶이 가능할지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김 위원장도 사람인데 언젠간 세대가 바뀌지 않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평가해 달라.

“노 전 대통령은 최선을 다해 북한에 남북 경제협력을 통해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김 위원장처럼 (체제) 유지에만 급급해하는 사람이 상대라는 게 문제다. 원조 상대를 잘못 만나서 그렇지 접근 방법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 “이라크 주둔 미군 수 줄여야”

―(국무장관 시절) 이라크전쟁을 결정했다.

“사담 후세인은 정말 악인이었다. 그래서 (이라크전쟁) 결정을 지지했다. 다만 결정할 당시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나에게 대량살상무기가 있다고 정보를 잘못 줬다. 우리는 (무기가) 있다는 전제로 최선의 결정을 내렸다. 막상 갔더니 (무기가) 없더라.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바그다드 함락 이후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라크의 질서를 수립하기 위해 군대를 보낸 것이다. 우리가 싫든 좋든 소요사태를 진압했거나 이라크군이 그럴 능력이 있어야 했다. 그랬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다. 수니파와 시아파 등 다양한 종파 간 갈등은 미군이 해결할 수 없다. 차기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의 미군 병력을 줄이고 치안 문제 해결을 위해 이라크군의 역할을 키워야 한다.”

―티베트 사태를 어떻게 보는가.

“달라이 라마가 말하는 게 단순한 티베트의 독립은 아닌 것 같다. 중국 정부는 달라이 라마 측과 충분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콜린 파월 전 장관은…

△1937년 미국 뉴욕 출생

△뉴욕시티대 지질학 학사

△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원 석사

△1962∼1963년 베트남전쟁 참전

△1973∼1974년 주한미군 제2사단 대대장(중령)

△1987∼1989년 레이건 행정부 국가안보보좌관

△1989∼1993년 미 합동참모본부 의장

△1991년 걸프전 사막의 폭풍 작전 지휘

△2001∼2004년 미 국무장관

△가족관계: 부인 앨머 파월 씨와 1남 2녀

△저서: 자서전 ‘나의 미국 여행(My American Journey)’

▼통로까지 청중 가득… 연단 올라앉아 듣기도▼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의 강좌에는 300여 명의 고려대 학생과 교수, 일반인이 참석했다.

슈퍼파워 미국과 세계를 움직였던 거물 인사의 강연회답게 시작 30분 전부터 청중이 통로까지 가득 찼다.

이기수 총장과 한승주 전 총장 서리 등 고려대 관계자와 류진 풍산 회장, 김재열 제일모직 상무 등 재계 인사가 강연장을 찾았다. 강연장에 못 들어오는 학생이 늘어나자 이 총장은 파월 전 장관에게 직접 양해를 구한 뒤 강단에 앉아서 듣게 했다. 학생들이 환호하며 강단으로 뛰어오르자 파월 전 장관은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어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강연 중에 솔직하면서도 유머가 섞인 이야기를 여러 번 했다. “대학 시절 공부를 잘 못해 졸업까지 4년 반이 걸렸다” “전공 학점은 안 좋았지만 학생군사교육단(ROTC) 관련 학점은 높았다” “질문을 할 때는 군인처럼 크게 말하라”고 해 참석자들을 웃게 만들었다.

한국에 대한 애정도 표현했다. 그는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이 탄생한 건 정말 자랑할 만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26장으로 이뤄진 자서전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부분 중 하나가 한국 생활을 기록한 8장이다” “주한미군 대대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카투사들의 활약이 인상 깊었다”고 얘기할 때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고려대 사학과 2학년 정부경(20·여) 씨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북한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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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버그<미 버지니아주>=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개나리꽃과 벚꽃이 꽃망울을 활짝 터뜨린 4월 중순의 버지니아공대 캠퍼스는 너무도 평온했다.

푸른 잔디가 무성한 대학본부 앞 대운동장에선 금요일 오후를 맞아 야외활동을 즐기는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일부 학생들은 벚나무 아래서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었고, 웃옷을 훌렁 벗어버리고 하얀 어깨를 드러낸 채 봄볕으로 일광욕을 즐기는 여학생도 눈에 들어왔다.

공놀이, 원반던지기놀이 도중 동료의 실수를 보고는 허파에 바람이라도 꽉 찬 듯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는 학생들도 여기저기서 목격됐다.

`이런 평화로운 곳에서 어떻게 그런 끔찍한 참사가 발생했을까'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뇌리를 스쳤다.

◇대학본부앞 추모비에 추모객 행렬 = 캠퍼스내에는 총기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됐다는 것을 의식하게 하는 아무런 표식도 없었다.

대학본부 건물 앞에는 성조기와 함께 이 대학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운동장을 둘러싼 순환도로에선 자동차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교내와 블랙스버그 시내를 오가는 셔틀버스에선 쉴새없이 학생들이 타고 내렸다.

운동장 주변 이곳 저곳에서 간혹 모습을 드러내는 경찰순찰차와 제복을 차려입은 경찰의 모습이 `이색적으로' 느껴지는 정도였다.

운동장 중앙 부분 대학본부 건물 앞쪽에 서 있는 흰색의 돌벽과 그 돌벽을 호위하듯 빙 둘러선 32개의 직육면체의 작은 돌들과 삼삼오오 이 곳을 둘러보는 사람들이 달라진 풍경이었다. 1년 전 참사를 떠올리는 유일한 표시인 추모비였다.

추모석 각각의 윗면에는 `로스 압둘라 아라메딘', `크리스토퍼 제임스 비숍' 등 참사로 희생당한 32명 교수와 학생들의 이름이 하나씩 적혀 있었다.

추모석 앞에는 이 곳을 찾았다가 친구에 대한 그리움을 주체할 수 없었던 듯 노트를 찢어서 즉석에서 쓴 추모의 글이 남겨져 있어 시선을 끌었다.

"리마, 네가 무척 보고싶어. 너도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지켜보고 있겠지. 사랑해"

고(故) 케빈 그라나타 교수의 추모석 앞에는 사진과 함께 그라나타 교수의 생애를 기록한 글이 놓여 있었다.

며칠 전 21살 생일을 맞은 레슬리 제럴딘 셔먼의 추모석 앞에는 샴페인과 선물인듯한 보석 귀걸이, 하트 마크와 함께 "Happy Birthday, We love Leslie(생일축하해, 레슬리를 사랑해)"라고 적은 생일 축하글도 있었다.

추모석이 둘러싸고 있는 추모비의 한가운데는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우리는 버지니아공대"라고 적힌 사각의 반듯한 돌이 놓여져 참사의 아픔을 이겨내겠다는 버지니아 공대인들의 각오를 담았다.

추모비를 둘러보는 사람들 가운데는 이 대학 학생.교수들은 물론 블랙스버그에 사는 주민이나 어린 아이,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추모비 주변을 둘러보며 잠시 고개를 숙이고 묵념을 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기도 했다.

애견을 데리고 추모비를 찾은 한 30대 백인 여성은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곳에 들렀다"며 디지털 카메라로 추모석과 추모비 주변의 모습을 담으며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마침 대학본부 건물 인근에선 이 대학 학군장교후보생(ROTC)들과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 대학 출신으로 최근 아프간 전쟁 참전 및 군복무 도중 전사한 동문 2명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으나 1년전 총기참사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

◇노리스홀 강의실 창문에 성조기 = 총기참사 이후 작년 8월까지 폐쇄됐던 노리스홀 건물은 현재 이 대학 기계공학과 과사무실 및 교수.대학원생 연구실로 사용되고 있었다. 노리스홀은 당시 30명의 교수.학생이 희생됐고 범인 조승희도 경찰과 대치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비극의 현장이다.

노리스홀의 강의실은 현재 사용되지 않고 있으며 출입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버지니아공대는 총기 참사를 역사적 교훈으로 삼기 위해 이곳 노리스홀을 `평화 및 폭력방지센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건물밖에서 참사가 발생했던 한 강의실을 바라보니 유리창에 성조기가 붙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학 기계공학과에서 박사후(後)과정을 밟던 중 참사로 지도교수였던 리비우 리브레스쿠 교수를 잃은 정남희 박사는 "연구실에서 화장실을 가다보면 불꺼진 교수님의 연구실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 박사는 "교수나 대학원생들이 자꾸 끔찍한 일이 생각난다며 노리스홀을 사용하는 것을 꺼리지만 자는 지금도 교수님이 옆에서 지켜봐 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스승에 대한 그리움으로 말끝을 흐렸다.

노리스홀을 비롯해 각 강의실 건물 주변에는 `Emergency(비상사태)'라고 글씨가 적힌 파란색 전등이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대학측은 사건 이후 당초 기숙사에서 조승희가 1차 범행을 저지른 뒤 제대로 대응 않고 사건을 방치, 2차 범죄가 가능했었다는 등 학교의 대처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파란색 비상사태등은 학생들에게 긴급상황임을 신속히 알리기 위한 조기경보시스템의 일환이다.

학교측은 이와 함께 긴급사태시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문자서비스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즉각 알리는 경보시스템도 마련했고 경찰들의 교내 순찰도 강화했다.

◇다양한 추모행사 계획 = 버지니아공대는 총기 참사 1주년을 맞이하는 오는 16일을 `추모기념일'로 정해 하루 동안 휴강하고 다양한 추모행사를 가질 계획이다.

학교측은 16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정오까지 대학본부앞 운동장에서 공식 추모식을 가진 뒤 이날 저녁에는 총학생회 주최로 추모비 앞에서 추모촛불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또 이 대학 퍼스펙티브갤러리에선 이날 `4월16일: 기억.인식.치유'라는 제목으로 4.16 참사 관련 전시회가 열리는 것을 비롯해 하루종일 댄스 공연, 음악회, 가든 투어, 추모시 및 글 발표회, 소프트볼 경기, 체스게임 등 다양한 추모행사가 계획돼 있다.

한편, 4.16 참사 때 노리스홀에서 부상을 입은 이 대학 졸업생 엘릴타 합투는 16일 워싱턴 D.C.의 대법원과 미 의회 빌딩에서 총기규제 강화를 주장하는 단체들과 함께 `드러눕기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합투는 "미국의 총기관련법이 너무 느슨해서 위험한 인물들이 총기를 구입하는 게 너무 용이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시위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잊지 않을 것"= 버지니아공대측은 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인터넷홈페이지를 운영, 희생자들에 대해 소개하고 각종 행사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찰스 스티거 총장은 최근 이 홈페이지를 통해 학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작년 4월16일 말로 표현할 수 없고, 상상할 수 없었던 끔찍한 일을 경험했고 지금도 우리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물러서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 "우리는 희생자들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홈페이지에는 `4.16참사'로 친구와 동료, 스승, 제자를 잃은 슬픔과 그리움을 표현하고 상처에서 조속히 벗어나길 다짐하는 글도 줄을 잇고 있다.

시인인 니키 지오바니 교수는 추모시를 통해 "우리는 피와 눈물, 모든 슬픔을 이겨내고 미래를 개척해 나갈 것"이라면서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시와르 퓨리 기계공학과 학과장은 참사 당시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보호하려다가 희생당한 리브레스쿠 교수에 대해 "그는 자신이 살아왔던 대로 돌아가셨다"면서 "그는 학생들에게 헌신했고, 자신의 직분에 충실했다"고 추모했다.

아버지가 주한미군이어서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인 혼혈 희생자 메어리 카렌 리드의 가족들은 "메어리는 가족, 친구들과 산과 바다, 호수 등으로 여행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했으며 다른 사람들 특히 아이들을 도울 때 가장 행복해했다"고 회상하며 명복을 빌었다.

이집트에서 함께 유학와 박사의 꿈을 키우던 동료 왈리드 모하메드 샤알란을 잃은 파하드 파샤는 "작년 4월16일 새벽4시께 시험공부를 함께 하면서 왈리드는 늦여름이 되면 이집트에 있는 아내와 아들이 이곳으로 오게 된다며 무척 기뻐했다"고 마지막 대화를 회상했다.

◇한인학생들 "참사 이후 불이익 당한 일 없어 다행" = 총기 참사의 범인이 한국계였다는 사실 때문에 `보복'을 우려하며 가슴 졸여야 했던 한인 학생들은 "참사 이후 한국계라는 이유로 특별히 불이익을 당한 것은 없어 다행"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서 유학온 한 대학원생은 "참사 이후 과거 로스앤젤레스 흑인폭동과 같은 후폭풍을 우려했었다"면서 "한국인들이 집단적인 죄의식을 느낀 것과 달리 미국인들을 총기사건을 철저히 조승희 개인의 문제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bing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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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버그<미 버지니아주>=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개나리꽃과 벚꽃이 꽃망울을 활짝 터뜨린 4월 중순의 버지니아공대 캠퍼스는 너무도 평온했다.

푸른 잔디가 무성한 대학본부 앞 대운동장에선 금요일 오후를 맞아 야외활동을 즐기는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일부 학생들은 벚나무 아래서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었고, 웃옷을 훌렁 벗어버리고 하얀 어깨를 드러낸 채 봄볕으로 일광욕을 즐기는 여학생도 눈에 들어왔다.

공놀이, 원반던지기놀이 도중 동료의 실수를 보고는 허파에 바람이라도 꽉 찬 듯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는 학생들도 여기저기서 목격됐다.

`이런 평화로운 곳에서 어떻게 그런 끔찍한 참사가 발생했을까'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뇌리를 스쳤다.

◇대학본부앞 추모비에 추모객 행렬 = 캠퍼스내에는 총기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됐다는 것을 의식하게 하는 아무런 표식도 없었다.

대학본부 건물 앞에는 성조기와 함께 이 대학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운동장을 둘러싼 순환도로에선 자동차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교내와 블랙스버그 시내를 오가는 셔틀버스에선 쉴새없이 학생들이 타고 내렸다.

운동장 주변 이곳 저곳에서 간혹 모습을 드러내는 경찰순찰차와 제복을 차려입은 경찰의 모습이 `이색적으로' 느껴지는 정도였다.

운동장 중앙 부분 대학본부 건물 앞쪽에 서 있는 흰색의 돌벽과 그 돌벽을 호위하듯 빙 둘러선 32개의 직육면체의 작은 돌들과 삼삼오오 이 곳을 둘러보는 사람들이 달라진 풍경이었다. 1년 전 참사를 떠올리는 유일한 표시인 추모비였다.

추모석 각각의 윗면에는 `로스 압둘라 아라메딘', `크리스토퍼 제임스 비숍' 등 참사로 희생당한 32명 교수와 학생들의 이름이 하나씩 적혀 있었다.

추모석 앞에는 이 곳을 찾았다가 친구에 대한 그리움을 주체할 수 없었던 듯 노트를 찢어서 즉석에서 쓴 추모의 글이 남겨져 있어 시선을 끌었다.

"리마, 네가 무척 보고싶어. 너도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지켜보고 있겠지. 사랑해"

고(故) 케빈 그라나타 교수의 추모석 앞에는 사진과 함께 그라나타 교수의 생애를 기록한 글이 놓여 있었다.

며칠 전 21살 생일을 맞은 레슬리 제럴딘 셔먼의 추모석 앞에는 샴페인과 선물인듯한 보석 귀걸이, 하트 마크와 함께 "Happy Birthday, We love Leslie(생일축하해, 레슬리를 사랑해)"라고 적은 생일 축하글도 있었다.

추모석이 둘러싸고 있는 추모비의 한가운데는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우리는 버지니아공대"라고 적힌 사각의 반듯한 돌이 놓여져 참사의 아픔을 이겨내겠다는 버지니아 공대인들의 각오를 담았다.

추모비를 둘러보는 사람들 가운데는 이 대학 학생.교수들은 물론 블랙스버그에 사는 주민이나 어린 아이,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추모비 주변을 둘러보며 잠시 고개를 숙이고 묵념을 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기도 했다.

애견을 데리고 추모비를 찾은 한 30대 백인 여성은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곳에 들렀다"며 디지털 카메라로 추모석과 추모비 주변의 모습을 담으며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마침 대학본부 건물 인근에선 이 대학 학군장교후보생(ROTC)들과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 대학 출신으로 최근 아프간 전쟁 참전 및 군복무 도중 전사한 동문 2명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으나 1년전 총기참사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

◇노리스홀 강의실 창문에 성조기 = 총기참사 이후 작년 8월까지 폐쇄됐던 노리스홀 건물은 현재 이 대학 기계공학과 과사무실 및 교수.대학원생 연구실로 사용되고 있었다. 노리스홀은 당시 30명의 교수.학생이 희생됐고 범인 조승희도 경찰과 대치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비극의 현장이다.

노리스홀의 강의실은 현재 사용되지 않고 있으며 출입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버지니아공대는 총기 참사를 역사적 교훈으로 삼기 위해 이곳 노리스홀을 `평화 및 폭력방지센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건물밖에서 참사가 발생했던 한 강의실을 바라보니 유리창에 성조기가 붙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학 기계공학과에서 박사후(後)과정을 밟던 중 참사로 지도교수였던 리비우 리브레스쿠 교수를 잃은 정남희 박사는 "연구실에서 화장실을 가다보면 불꺼진 교수님의 연구실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 박사는 "교수나 대학원생들이 자꾸 끔찍한 일이 생각난다며 노리스홀을 사용하는 것을 꺼리지만 자는 지금도 교수님이 옆에서 지켜봐 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스승에 대한 그리움으로 말끝을 흐렸다.

노리스홀을 비롯해 각 강의실 건물 주변에는 `Emergency(비상사태)'라고 글씨가 적힌 파란색 전등이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대학측은 사건 이후 당초 기숙사에서 조승희가 1차 범행을 저지른 뒤 제대로 대응 않고 사건을 방치, 2차 범죄가 가능했었다는 등 학교의 대처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파란색 비상사태등은 학생들에게 긴급상황임을 신속히 알리기 위한 조기경보시스템의 일환이다.

학교측은 이와 함께 긴급사태시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문자서비스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즉각 알리는 경보시스템도 마련했고 경찰들의 교내 순찰도 강화했다.

◇다양한 추모행사 계획 = 버지니아공대는 총기 참사 1주년을 맞이하는 오는 16일을 `추모기념일'로 정해 하루 동안 휴강하고 다양한 추모행사를 가질 계획이다.

학교측은 16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정오까지 대학본부앞 운동장에서 공식 추모식을 가진 뒤 이날 저녁에는 총학생회 주최로 추모비 앞에서 추모촛불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또 이 대학 퍼스펙티브갤러리에선 이날 `4월16일: 기억.인식.치유'라는 제목으로 4.16 참사 관련 전시회가 열리는 것을 비롯해 하루종일 댄스 공연, 음악회, 가든 투어, 추모시 및 글 발표회, 소프트볼 경기, 체스게임 등 다양한 추모행사가 계획돼 있다.

한편, 4.16 참사 때 노리스홀에서 부상을 입은 이 대학 졸업생 엘릴타 합투는 16일 워싱턴 D.C.의 대법원과 미 의회 빌딩에서 총기규제 강화를 주장하는 단체들과 함께 `드러눕기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합투는 "미국의 총기관련법이 너무 느슨해서 위험한 인물들이 총기를 구입하는 게 너무 용이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시위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잊지 않을 것"= 버지니아공대측은 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인터넷홈페이지를 운영, 희생자들에 대해 소개하고 각종 행사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찰스 스티거 총장은 최근 이 홈페이지를 통해 학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작년 4월16일 말로 표현할 수 없고, 상상할 수 없었던 끔찍한 일을 경험했고 지금도 우리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물러서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 "우리는 희생자들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홈페이지에는 `4.16참사'로 친구와 동료, 스승, 제자를 잃은 슬픔과 그리움을 표현하고 상처에서 조속히 벗어나길 다짐하는 글도 줄을 잇고 있다.

시인인 니키 지오바니 교수는 추모시를 통해 "우리는 피와 눈물, 모든 슬픔을 이겨내고 미래를 개척해 나갈 것"이라면서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시와르 퓨리 기계공학과 학과장은 참사 당시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보호하려다가 희생당한 리브레스쿠 교수에 대해 "그는 자신이 살아왔던 대로 돌아가셨다"면서 "그는 학생들에게 헌신했고, 자신의 직분에 충실했다"고 추모했다.

아버지가 주한미군이어서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인 혼혈 희생자 메어리 카렌 리드의 가족들은 "메어리는 가족, 친구들과 산과 바다, 호수 등으로 여행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했으며 다른 사람들 특히 아이들을 도울 때 가장 행복해했다"고 회상하며 명복을 빌었다.

이집트에서 함께 유학와 박사의 꿈을 키우던 동료 왈리드 모하메드 샤알란을 잃은 파하드 파샤는 "작년 4월16일 새벽4시께 시험공부를 함께 하면서 왈리드는 늦여름이 되면 이집트에 있는 아내와 아들이 이곳으로 오게 된다며 무척 기뻐했다"고 마지막 대화를 회상했다.

◇한인학생들 "참사 이후 불이익 당한 일 없어 다행" = 총기 참사의 범인이 한국계였다는 사실 때문에 `보복'을 우려하며 가슴 졸여야 했던 한인 학생들은 "참사 이후 한국계라는 이유로 특별히 불이익을 당한 것은 없어 다행"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서 유학온 한 대학원생은 "참사 이후 과거 로스앤젤레스 흑인폭동과 같은 후폭풍을 우려했었다"면서 "한국인들이 집단적인 죄의식을 느낀 것과 달리 미국인들을 총기사건을 철저히 조승희 개인의 문제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bing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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