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경기 종료 막판 리세 자책골, 1-1 무승부 기록[데일리안 김태완 객원기자]
◇ 추가시간 종료 10초를 남기고 자책골을 허용한 리세. ⓒ 스카이스포츠(TV화면캡처)
경기종료 10초를 남기고 내준 통한의 자책골이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의 향방을 갈랐다.
23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안필드에서 벌어진 ‘2007-08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리버풀은 전반 디르크 카윗의 선제골로 승리를 손에 쥐었다가 경기종료 직전 욘 아르네 리세의 자책골로 첼시와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정규시간 90분이 경과한 후 주어진 4분의 추가시간. 경기종료 10초를 남기고 필사의 반격을 펼치던 첼시는 리버풀 왼쪽 코너에서 살로몬 칼루가 아넬카를 향해 크로스를 띄어주었다.
하지만 아넬카를 마크하던 리세는 헤딩으로 볼을 쳐낸다는 것이 빗맞으며 자기 쪽 골네트 상단을 흔드는 어이없는 자책골을 내주고 주고 말았다.
이로써 리버풀과 첼시의 4강전은 원정다득점 원칙의 이점을 안고 스탬포드 브리지 홈경기를 앞둔 첼시에게 한결 유리한 양상으로 전개될 예정이다.
△ 복수전 vs 방어전으로 압축된 일전
2004-05시즌과 2006-07시즌에 걸쳐 두 번이나 4강전에서 리버풀을 만나 번번이 패배의 아픔을 곱씹었던 첼시는 복수의 칼을 갈며 일전에 나섰다. 반면 리버풀은 지난 리그경기에서 휴식을 취한 베스트멤버를 선발로 내세워 다소 여유롭게 상대를 맞이했다.
아스날과의 리그 경기에서 선발 8명을 빼고 이어진 8강 2차전에서 승리를 경험한 리버풀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은 레이나-캐러거-아르벨로아-스크르텔의 포백과 바벨-제라드-알론소-마스체라노-카윗-토레스 등 풀럼전에서 쉰 주전을 모두 내보냈다.
첼시도 체흐-애쉴리 콜-테리-카르발류-파레이라의 수비진에 조 콜과 말루다, 램파드, 마케렐레이 중원을 지키고 발락-드록바를 전방에 앞세웠다.
비중이 큰 경기인 탓으로 양 팀 선수들은 좀처럼 긴장을 풀지 못하고 센터 서클 한 가운데를 중심으로 뺏고 뺏기는 공방을 거듭했다.
첼시는 킥 오프 후 2분 만에 첫 찬스를 잡아 드록바의 프리킥에 이어진 코너킥으로 리버풀 문전을 가볍게 두드렸다.
이후 치열한 중원 싸움은 계속 됐다. 리버풀은 전형적인 공격전개인 왼쪽 윙어 라이언 바벨을 이용한 빠른 측면 돌파를 노렸고 첼시도 리버풀의 왼쪽 측면으로 침공을 시도했다.
리버풀은 12분 경 문전 앞에 있던 디르크 카윗에게 순간적으로 공이 넘어 왔으나 각을 좁히며 달려 나오던 첼시 체흐 골키퍼와 교차되면서 찬스를 놓쳤다.
첼시도 17분 드록바의 오른쪽 돌파에 이은 크로스를 조 콜이 발을 갖다 대었으나 공을 맞추지 못했다. 이어진 20분 경 리버풀 아르벨로아의 패스 실수에 이어진 인터셉트가 조 콜에게 다시 이어졌으나 레이나 품에 안겼다.
28분 드록바가 단독 드리블로 문전 돌파를 하다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마크하던 제이미 캐러거와 몸싸움을 벌이며 넘어졌으나 캐러거의 정당한 태클로 인정되었다.
리버풀의 역습은 31분 제라드-토레스 공격조합으로 찬스를 만들었지만 골키퍼와 맞선 토레스의 슛이 체흐 골키퍼의 선방으로 무위에 그쳤고 1분 뒤 제라드의 외곽 슛이 약하게 첼시 문전으로 날아갔다.
그러나 첼시의 오른쪽 측면을 부지런히 파고들던 디르크 카윗의 38분 한 차례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가 무위에 그친 뒤 43분 다시 카윗이 측면 돌파에 이어진 크로스를 첼시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것을 하비에르 마스체라노가 문전으로 띄어줬고 카윗이 마케렐레의 저지를 뚫고 체흐 골키퍼의 다리를 스치는 골로 연결, 선제골을 터뜨렸다.
선취점을 올린 리버풀의 기세는 후반전 초반까지 이어졌다. 첼시의 드록바는 리버풀의 센터백 스크르텔과 노련한 캐러거가 돌아가며 밀착마크를 하자 예의 날카로움을 드러내지 못했다.
리버풀은 볼을 끌지 않고 순간 터치패스로 짧고 간결하게 전방을 점령해가며 공간을 만들어 갔다. 첼시는 조 콜에게 이어지는 측면 패스가 끊기면서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했다.
리버풀은 후반 5분 바벨의 크로스에 이어진 알론소의 중거리 슛과 이어진 코너킥 후 체흐의 리바운드를 제라드가 슛을 날렸지만 무위에 그쳤다. 또한 10여 분 뒤 바벨의 중거리 슛이 다시 골문을 살짝 비켜났다.
△ 동시 투입된 교체카드 리세, 칼루가 만든 '10초짜리' 드라마
후반 16분. 각본 없는 드라마가 된 이 날의 경기의 히어로들이 교체투입 되었다. 베니테즈 감독은 아우렐리우가 허벅지 부상을 입자 리세를 교체 투입했고 첼시도 조 콜을 빼고 칼루를 집어넣었다.
첼시는 20분 램파드와 드록바의 리턴패스에 이은 찬스와 램파드의 프리킥, 말루다의 혼전 중 나온 연이은 기회가 모두 무위로 끝나 아쉬움을 남겼다.
10여 분간 소강상태로 흐르던 경기는 35분 경 첼시의 순간 역습이 리버풀 수비에 막혔고 이어진 프리킥에서도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1분 뒤 리버풀은 추가 골의 결정적인 두 차례 기회가 찾아 왔다. 바벨과 교체되어 들어 온 베나윤과 트레스-제라드의 삼각패스 뒤 찬스가 무위로 끝나자마자 제라드가 첼시 골문으로 정확히 쏜 총알 같은 중거리 슛이 체흐 골키퍼가 반사적으로 쳐내면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4분이 주어진 추가시간에도 찬스를 잡은 쪽은 리버풀이었다. 제라드가 역습상황에서 단독 드리블 후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은 토레스에게 패스해 주었고 토레스는 체흐 골키퍼와 1대1 상황을 맞았으나 볼 트래핑 실수로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또한 이어진 코너킥 찬스에서도 토레스가 결정적인 슛을 때렸지만 체흐의 선방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때의 수차례 찬스에서 추가 골을 올리지 못한 후환은 결국 3분 50초 뒤 악몽이 되어 리버풀에게 찾아왔다. 두고두고 리버풀을 아쉽게 만든 결정적인 찬스였다.
부상치료 등으로 4분이 주어진 추가시간 승리를 미리 예감한 듯 리버풀은 순간 집중력을 잃어 버렸고 끝까지 전의를 불사른 첼시에게 동점을 내주고 말았다. 결과는 리세 자책골이었으나 중원수비가 제 위치를 못 찾고 허둥댄 것이 단초가 되었다.
△ 불리함 안은 리버풀, 첼시와 어려운 승부 남겨둬
일단 원정경기 득점을 올린 첼시가 월등하게 유리한 입장이다. 리버풀은 추가골을 넣지 못한 데다 실점을 허용해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벌어지는 2차전 원정경기에서 최소 두 골 이상을 넣고 실점을 허용하지 않아야 하는 어려운 입장이다.
더구나 리버풀이 홈 안필드에서 그렇듯 스탬포드 브리지 홈경기 무패행진기록을 경신하며 홈 불패를 자랑하는 첼시인 만큼 리버풀의 2차전 원정경기는 매우 힘겨운 싸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구단 내부의 내홍을 겪고 있는 리버풀은 공동구단주 조지 질레트가 미래 투자자 DIC를 경기장에 초청한 일 때문에 경기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으나 DIC측 인사가 경기장에 모습을 보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또한 톰 힉스 구단주가 리버풀 서포터들로부터 심한 퇴출요구와 함께 테러의 위험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머지사이드 지방 경찰당국이 경기장 출석 재고를 권고했으나 힉스가 일언지하에 거절하면서 뉴스기사로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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