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가운 날씨가 며칠 봄기운과 실랑이를 벌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달력의 날짜는 3월의 끝자락을 향해 ‘시나브로’ 흐르고 있다.
봄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비교적 싼(?) 가격에 참살이(웰빙)를 누리기에 제격인 계절이다.
이번주에는 강원도를 벗어나 한국관광공사가 소개하는 해안선이 아름다운 ‘걷기’ 명소로 떠나보자.
# 11개 섬을 만나다… 전남 흑산도
목포항에서 배를 타고 93㎞를 내달리면 ‘바닷물이 푸르다 못해 검다’는 흑산도에 도착하게 된다.
흑산도는 육로와 해상을 통해 관광할 수 있는데 봄볕을 맞으며 출발하는 해안도로 일주 여행이 백미로 꼽힌다.
흑산도 일주도로를 제대로 즐기려면 걷는 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특히 일주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만나는 그림같은 포구들은 또 다른 재미를 주기에 충분하다.
예리에서 출발해 죽항리로 향하는 길은 처음에는 작은 시골길 같지만 점점 바다로 열려 전천리를 벗어나면 모래해변인 샛개에 다다르게 된다.
해변의 모래가 고와서 만지면 먼지처럼 부서질 정도라고 한다.
다시 길을 나서 마리를 지나 상라봉 전망대 입구에 도착하는데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 표지석이 있다.
상라봉에 서면 흑산도 전경과 함께 예리항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뒤돌아서면 다도해를 배경으로 대장도와 소장도가 눈에 들어온다.
11개의 섬마을을 만나는 흑산도 일주는 따뜻한 봄날에 색다른 체험을 하기에 제격이다.
# 車 없어 더 좋다… 제주 비양도
제주시 한림항을 출발해 15분이면 도착하는 비양도는 자동차가 없어 마음껏 걷기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곳이다.
2001년 완공된 약 3.5㎞의 해안 일주도로를 따라 바다와 함께 천천히 걷다보면 봄기운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해안 일주도로에서 가장 풍광이 아름다운 곳은 코끼리바위와 애기 업은 돌 등 기이한 모습의 바위를 만날 수 있는 북쪽해안이다.
동남쪽 해안에는 염수지인 펄랑 못이 있는데 습지 안의 동식물을 관찰할 수 있도록 나무다리산책로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산책로 끝부분에는 비양도 사람들의 안녕과 풍어를 비는 할망당이 있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 바다 냄새 솔솔… 인천 강화도
강화도는 완만한 능선의 마니산과 바다에 둘러싸여 있어 산책을 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고 있는 곳이다.
특히 강화해안도로는 차로는 15분 거리의 짧은 코스지만 보행자를 위한 전용도로를 이용해 안전하게 걷다 보면 시원한 바닷바람을 맛볼 수 있다.
‘강화대교’와 ‘강화초지대교’를 사이에 둔 2차선의 강화 해안도로는 쉬엄쉬엄 걸으면 약 2∼3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해안도로를 산책하던 중 휴식을 취하고 싶다면 53개소의 크고 작은 돈대에 올라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다.
해안도로 산책 후에 허기진 배는 더리미마을에 들러 밴댕이회를 맛보는 것도 좋다.
밴댕이회는 4∼6월이 제철이로 이 시기에 씨알이 굵고 맛이 좋다고 하니 한번쯤 들러볼 만 하다.
물컹거리는 일반적인 회와 달리 미세한 가시가 주는 고소함이 일품이다.
# 한 폭의 수채화… 경북 강축해안도로
강축해안도로는 강구항에서 축산항을 거쳐 대진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20번 지방도로로 해안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지만 걷기를 즐기려는 여행객들에게도 더없이 좋은 코스다.
대부분의 해안도로가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강축해안도로에서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강축해안도로 도보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도보여행의 시작점인 강구항에서 바라다보이는 오포등대와 오포해수욕장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강구항에서 보이는 모습도 아름답지만 직접 찾아가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다.
본격적으로 해안도로에 접어들면 길옆으로 도열하듯 늘어선 동해의 푸른 바다가 아름다운 풍광을 뽐내며 봄을 만끽할 수 있게 해준다.
길을 따라 걷다가 만나게 되는 아담한 어촌마을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 놓은 듯 이내 푸근함을 안겨주고 갯바위에 자리 잡고 앉아 있는 강태공들의 모습이 평화롭기만 하다.
또 창포등대가 있는 해맞이공원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영덕풍력발전단지가 자리 잡고 있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오석기기자 sgtoh@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