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부터 케이블·위성채널 오씨엔에서 전파를 탄 4부작 드라마 <유혹의 기술>에서 성일 역을 맡은 이상엽은 눈 뜨고 약혼녀 희진(박수진)을 빼앗기는 굴욕을 당한다. 영화 <싸움의 기술>의 ‘연애판’이나 다름없는 이 드라마는 여자에게 96번 퇴짜맞은 현수(신성록)가 유혹의 기술을 배워 ‘선수’로 거듭나 희진을 유혹하는 이야기다. 이상엽은 이 드라마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재벌 2세로 외관상으로는 완벽한 킹카로 등장한다. 그런 그가 ‘폭탄’이던 과거를 가진 현수에게 약혼녀를 빼앗기며 비극이 시작된다.
이상엽은 “상대가 원하는 것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패인을 분석했다. 그는 희진이 연인들의 필수 데이트 코스인 놀이공원에 놀러 가자고 제의하자 “볼썽사납다”며 찬물을 끼얹는다. 선물도 정성보다는 비싼 게 최고란 생각이다. 반면 현수는 로맨틱한 분위기 조성은 기본, 둘만의 밀월여행도 세심하게 준비하는 등 한발 앞서 여자의 마음을 읽는다. “성일처럼 있는 집 자식인 희진에게는 자신도 가지고 있는 재력으로 호소하는 성일보다 애틋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달콤한 신세계로 안내하는 현수에게 끌리는 게 당연한 것 아닐까요.”
실제 이상엽이 펼치는 연애 방식은 현수 쪽에 가깝다. 이상엽은 “예전에 여자친구를 사귈 때 ‘OO야 사랑해’라고 쓰인 포스터를 직접 만들어 수십개의 전봇대에 붙여 고백했다”고 밝혔다. 데뷔작인 드라마 <행복한 여자>(2007)를 비롯해 현재 출연하고 있는 문화방송의 시트콤 <코끼리>에서의 ‘상엽’ 캐릭터에서도 그 모습이 짐작된다. 드러나지 않아도 늘 힘이 돼주는 가족같은 존재이자 때로는 달콤한 세레나데를 불러줄 줄 아는 남자가 그가 그동안 연기해온 캐릭터다.
여자의 마음을 흔들 방법을 잘 아는 만큼 이상엽은 한층 성일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정략혼 관계이지만 성일은 분명 희진을 좋아하거든요. 때문에 희진이 떠난 뒤에 좌절해서 심하게 망가지기도 하고요. 이성적이고 차가운 성격 탓에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점이 아쉬워요.” 이상엽은 쓰린 속을 달래며 두 사람의 풋풋한 연애를 지켜봐야 할 운명이다. 대신 그는 “시즌2에서는 거꾸로 내가 유혹의 기술을 전수받아 선수가 될 예정입니다. 그때를 기대해주세요”라며 복수를 다짐했다.
구혜진 <씨네21> 기자 999@cine21.com, 사진 싸이더스에이치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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