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은 당선자들이 모인만큼 그들의 ‘말’도 가지각색이었다. 22일 서울 교육문회회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당선자 워크숍에 참석한 당선자들 가운데 일부는 이날 오전 자기소개를 통해 ‘톡톡튀는’ 인사말로 시선을 모았다.
▲ 22일 열린 한나라당 당선자 워크숍에서 “안 그래도 당선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판 정청래 의원의 자살골로 여유있게 당선됐다. 감사한다”고 밝힌 강용석 당선자(자료사진) ⓒ 강용석 당선자 미니홈피 ‘재수’ 끝에 여의도 입성에 성공한 강용석 당선자(서울 마포 을)는 ‘지나치게’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강 당선자는 인사말을 통해 “안 그래도 당선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판 정청래 (통합민주당)의원의 자살골로 여유있게 당선됐다. 감사한다”고 말했다. 총선 막바지에 불거진 정 의원의 ‘폭언발언’ 논란을 언급한 것.
반면, 윤영 당선자(경남 거제)는 “(여론조사 때) 20%차로 앞서고 있다고 해서 느긋하게 있었는데 1%차로 당선됐다”며 아찔했던 순간을 회상해 강 당선자와 대조를 이뤘다. 윤 당선자는 김한표 무소속 후보에게 불과 700여표 차로 신승을 거둔 바 있다.
장제원 당선자(부산 사상)는 ‘애교섞인’ 인사말을 선보였다. “선배님들 안녕하십니까”라고 공손하게 인사말을 시작한 장 당선자는 “국민들의 잘 섬기는 해피정치, 선배님들 잘 모시는 정치를 하겠다. 국민성공시대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마지막에 “다음에도 공천을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부탁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화수 당선자(경기 안산 상록 갑)도 부탁의 말을 잊지 않았다. 이 당선자는 “안산은 12년만에 한나라당 후보가 처음으로 당선된 곳”이라며 “안산이 낙후돼있는 만큼 5000억만 지원해달라”고 당당히 말해 눈길을 끌었다.
고승덕 “고승덕이 덕룡 형님 잇게 됐다”
자신의 이름을 이용, 아이디어 넘치는 인사말을 선보이는 당선자들도 있었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BBK 소방수’역할을 맡았던 고승덕 당선자(서울 서초 을)는 “제 이름이 ‘덕을 잇는다’는 뜻인데 아버님이 왜 이런 이름을 지어주셨는지 50년동안 궁금했다”며 “이름대로 ‘덕룡 큰 형님’을 잇게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고 당선자의 지역구인 서초 을은 김덕룡 의원이 오랫동안 지역구 의원으로 활약했던 지역이다.
조전혁 당선자(인천 남동 을)도 자신의 이름을 사용했지만 분위기는 고 당선자와 사뭇 달랐다. ‘교육 전문가’인 조 당선자는 “제 이름이 발음하기 힘들고 조진형 당선자와 이름이 헷갈리니 ‘초저녁’으로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며 “밤 늦게 까지 공부하느라 불쌍한 우리 아이들이 ‘초저녁’까지만 공부하면 국가 경쟁력이 될 수 있도록 교육을 바꾸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무관심 지역’에서 선거를 치른 당선자들은 우회적으로 섭섭함을 표하기도 했다. 진영 당선자(서울 용산)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용산에서 당선된 진영”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선거도 끝났으니 이제는 용산에 관심을 기울여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계진 당선자(강원 원주)도 “전국 무관심 지역으로 분류된 원주의 이계진”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관심지역’에서 살아 돌아온 당선자들의 인사도 눈길을 끌었다. 유시민 의원과의 ‘전, 현직 대통령 측근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주호영 당선자(대구 수성 을)은 “누리꾼들이 뽑은 두번째 관심지역에서 당선된 주호영”이라며 “수성구 경제가 어려운데 지역이름이 ‘수성구’라서 그런지 갑. 을 지역 모두 ‘수성’했다”고 말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의 빅매치에서 승리한 박진 당선자(서울 종로)는 “필사즉생의 정신으로 야당대표를 상대로 힘들게 싸웠다”며 “치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당과 나라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오세훈 겨냥한 송광호 “서울시민 주거복지 외면할 것인가”
▲ 22일 열린 한나라당 당선자 워크숍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판한 송광호 당선자(자료사진) ⓒ 송광호 당선자 홈페이지 차명진 당선자(부천 소사)는 “이재오 의원을 기억하겠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차 당선자는 “이 의원에게 특별히 신세진 것은 없다”며 “지역에서 이 의원과 친하게 지내지 말라는 말도 있었지만 오늘이 있기까지 그 분이 많은 노력했다”고 이 의원에게 총선승리의 ‘공’을 돌렸다.
하지만 이날 당선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인물은 강재섭 대표였다. 공천과정에서의 내홍을 수습하고자 불출마를 선언하고 총선 기간중 각 지역을 돌며 지원유세를 펼친 것에 감사를 표한 것. 안상수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로서 강재섭 모시고 오지 못해서 죄송하다”며 “(강 대표를) 빨리 모시고 오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의원들의 인사말에 단지 ‘화기애애함’만이 담긴 것은 아니었다. 충북지역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송광호 당선자(충북 제천, 단양)는 “(당이)설익은 정책 발표하는 국무위원들의 각성을 촉구해야 하고 정치감각이 없는 국무위원들의 선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정부와 당 지도부에 쓴소리를 퍼부었다.
송 당선자는 이어 “어느 시장께서 후보들이 공약한 것을 번복하는 사례가 있는데 그 분 소속이 어딘지 한나라당이 정체성을 분명히 할 때가 왔다”며 “뉴타운 건설을 하지 않는다면 서울시민의 주거복지를 외면할 것인가. 지도부가 이를 강력히 항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타운 추가지정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못박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겨냥한 발언이다.
‘친박계’ 핵심인사로 꼽히는 유승민 당선자(대구 동구 을)는 “당이 똑바로 뭐든지 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우회적으로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다른 친박계 의원들은 ‘단결’을 강조하며 당외 친박 당선자들의 ‘복당’ 필요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당선자들의 기발한 인사말과 참석자들의 웃음이 더해져 다소 딱딱했던 현장의 분위기는 다소 누그러졌지만 몇몇 당선자들의 지나치게 긴 인사말로 인해 워크숍 일정에 다소 차질을 빚기도했다.
문용필 기자
▲ 22일 열린 한나라당 당선자 워크숍에서 “안 그래도 당선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판 정청래 의원의 자살골로 여유있게 당선됐다. 감사한다”고 밝힌 강용석 당선자(자료사진) ⓒ 강용석 당선자 미니홈피 ‘재수’ 끝에 여의도 입성에 성공한 강용석 당선자(서울 마포 을)는 ‘지나치게’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강 당선자는 인사말을 통해 “안 그래도 당선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판 정청래 (통합민주당)의원의 자살골로 여유있게 당선됐다. 감사한다”고 말했다. 총선 막바지에 불거진 정 의원의 ‘폭언발언’ 논란을 언급한 것.
반면, 윤영 당선자(경남 거제)는 “(여론조사 때) 20%차로 앞서고 있다고 해서 느긋하게 있었는데 1%차로 당선됐다”며 아찔했던 순간을 회상해 강 당선자와 대조를 이뤘다. 윤 당선자는 김한표 무소속 후보에게 불과 700여표 차로 신승을 거둔 바 있다.
장제원 당선자(부산 사상)는 ‘애교섞인’ 인사말을 선보였다. “선배님들 안녕하십니까”라고 공손하게 인사말을 시작한 장 당선자는 “국민들의 잘 섬기는 해피정치, 선배님들 잘 모시는 정치를 하겠다. 국민성공시대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마지막에 “다음에도 공천을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부탁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화수 당선자(경기 안산 상록 갑)도 부탁의 말을 잊지 않았다. 이 당선자는 “안산은 12년만에 한나라당 후보가 처음으로 당선된 곳”이라며 “안산이 낙후돼있는 만큼 5000억만 지원해달라”고 당당히 말해 눈길을 끌었다.
고승덕 “고승덕이 덕룡 형님 잇게 됐다”
자신의 이름을 이용, 아이디어 넘치는 인사말을 선보이는 당선자들도 있었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BBK 소방수’역할을 맡았던 고승덕 당선자(서울 서초 을)는 “제 이름이 ‘덕을 잇는다’는 뜻인데 아버님이 왜 이런 이름을 지어주셨는지 50년동안 궁금했다”며 “이름대로 ‘덕룡 큰 형님’을 잇게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고 당선자의 지역구인 서초 을은 김덕룡 의원이 오랫동안 지역구 의원으로 활약했던 지역이다.
조전혁 당선자(인천 남동 을)도 자신의 이름을 사용했지만 분위기는 고 당선자와 사뭇 달랐다. ‘교육 전문가’인 조 당선자는 “제 이름이 발음하기 힘들고 조진형 당선자와 이름이 헷갈리니 ‘초저녁’으로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며 “밤 늦게 까지 공부하느라 불쌍한 우리 아이들이 ‘초저녁’까지만 공부하면 국가 경쟁력이 될 수 있도록 교육을 바꾸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무관심 지역’에서 선거를 치른 당선자들은 우회적으로 섭섭함을 표하기도 했다. 진영 당선자(서울 용산)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용산에서 당선된 진영”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선거도 끝났으니 이제는 용산에 관심을 기울여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계진 당선자(강원 원주)도 “전국 무관심 지역으로 분류된 원주의 이계진”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관심지역’에서 살아 돌아온 당선자들의 인사도 눈길을 끌었다. 유시민 의원과의 ‘전, 현직 대통령 측근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주호영 당선자(대구 수성 을)은 “누리꾼들이 뽑은 두번째 관심지역에서 당선된 주호영”이라며 “수성구 경제가 어려운데 지역이름이 ‘수성구’라서 그런지 갑. 을 지역 모두 ‘수성’했다”고 말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의 빅매치에서 승리한 박진 당선자(서울 종로)는 “필사즉생의 정신으로 야당대표를 상대로 힘들게 싸웠다”며 “치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당과 나라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오세훈 겨냥한 송광호 “서울시민 주거복지 외면할 것인가”
▲ 22일 열린 한나라당 당선자 워크숍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판한 송광호 당선자(자료사진) ⓒ 송광호 당선자 홈페이지 차명진 당선자(부천 소사)는 “이재오 의원을 기억하겠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차 당선자는 “이 의원에게 특별히 신세진 것은 없다”며 “지역에서 이 의원과 친하게 지내지 말라는 말도 있었지만 오늘이 있기까지 그 분이 많은 노력했다”고 이 의원에게 총선승리의 ‘공’을 돌렸다.
하지만 이날 당선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인물은 강재섭 대표였다. 공천과정에서의 내홍을 수습하고자 불출마를 선언하고 총선 기간중 각 지역을 돌며 지원유세를 펼친 것에 감사를 표한 것. 안상수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로서 강재섭 모시고 오지 못해서 죄송하다”며 “(강 대표를) 빨리 모시고 오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의원들의 인사말에 단지 ‘화기애애함’만이 담긴 것은 아니었다. 충북지역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송광호 당선자(충북 제천, 단양)는 “(당이)설익은 정책 발표하는 국무위원들의 각성을 촉구해야 하고 정치감각이 없는 국무위원들의 선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정부와 당 지도부에 쓴소리를 퍼부었다.
송 당선자는 이어 “어느 시장께서 후보들이 공약한 것을 번복하는 사례가 있는데 그 분 소속이 어딘지 한나라당이 정체성을 분명히 할 때가 왔다”며 “뉴타운 건설을 하지 않는다면 서울시민의 주거복지를 외면할 것인가. 지도부가 이를 강력히 항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타운 추가지정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못박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겨냥한 발언이다.
‘친박계’ 핵심인사로 꼽히는 유승민 당선자(대구 동구 을)는 “당이 똑바로 뭐든지 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우회적으로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다른 친박계 의원들은 ‘단결’을 강조하며 당외 친박 당선자들의 ‘복당’ 필요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당선자들의 기발한 인사말과 참석자들의 웃음이 더해져 다소 딱딱했던 현장의 분위기는 다소 누그러졌지만 몇몇 당선자들의 지나치게 긴 인사말로 인해 워크숍 일정에 다소 차질을 빚기도했다.
문용필 기자
문용필 (eugene97@dailyseop.com)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