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과 인간미’ 트렌드로 돌아본 백상예술대상

[데일리안 이준목 기자]◇ 시상식 사회를 맡은 박용하와 박은경 아나운서. ⓒ 데일리안 이한철

제44회 백상예술대상이 지난 24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박은경 아나운서와 탤런트 박용하의 진행으로 개최됐다.

방송 3사와 영화를 통틀어 대중문화 각 부문을 아우르는 종합 시상식 중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무대로 인정받는 백상예술대상은 올해도 다양한 작품과 출연자들에게 골고루 수상의 영광이 돌아가며 한 해 동안 대중문화 전반의 ‘트렌드’를 돌아볼 수 있는 무대였다는 평가다.


백상 대상, 영광의 얼굴들

올해 시상식의 특징은, 대체로 ‘받을만한 사람과 작품이 받았지만, 다소 의외의 선택도 눈에 띄었다’로 정의내릴 수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역시 영화부문 대상을 수상한 <추격자>와 방송부문 대상을 차지한 예능인 강호동의 수상이다.

<추격자>는 한국영화계에서는 비주류 장르였던 스릴러이자 ‘19금 영화’라는 핸디캡을 딛고 이례적으로 500만 관객을 돌파하는 폭발적인 흥행을 누린데 이어, 이번 백상 수상을 통하여 작품성에서도 올해 최고의 수작임을 인정받는 기쁨을 누렸다.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나홍진 감독과 더불어 2관왕을 차지한 <추격자>는, 유력한 연기상 후보였던 주연배우 김윤석과 하정우가 수상에 실패한 것이 아쉬웠지만, 알짜배기 부문을 차지하며 기쁨을 누렸다.

천하장사 출신 개그맨 강호동도 이번 백상 수상을 통해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 예능인으로서의 입지를 인정받았다. 유재석과 함께 현재 최고의 예능 MC로 각광받고 있지만, 명성에 비해 상복이 없었던 강호동은, 지난해 S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차지한데 이어 방송 3사를 아우르는 백상에서 다시 수상을 차지하며 그간 따라붙던 ‘무관의 제왕’이라는 꼬리표를 깨끗이 떼어냈다.

다소 파격적인 선택으로 꼽히는 것은 영화 부문 남녀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임창정과 김민희다. 남자부문은 <추격자>의 김윤석과 하정우, <밀양>의 송강호, <더 게임>의 변희봉 등 쟁쟁한 배우들이 경합했으나 코미디 영화 <스카우트>에서 호연한 임창정에게 돌아갔다.

국보급 투수 선동렬을 스카우트하기 위한 어느 대학 스카우터의 좌충우돌을 통해 광주 5.18사태를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는 재기발랄함이 돋보였던 영화에서, 임창정은 특유의 코믹 연기를 넘어 페이소스를 자아내는 소시민의 캐릭터로 한층 깊이 있는 호연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민희는 <뜨거운 것이 좋아>를 통해 <세븐데이즈>의 김윤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김정은, <행복>의 임수정, <밀양>의 전도연을 제치고 영광을 안았다. 모델 출신으로 경력에 비해 그동안 연기력에서는 인정받지 못했던 김민희는, 지난해 드라마 <굿바이 솔로>에 이어 <뜨거운 것이 좋아>에서의 호연을 통하여 톡톡 튀는 신세대 이미지를 벗고 성숙한 연기자로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는데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올해 백상 수상자중 최고령이었던 원로 코미디언 송해의 수상도 특별한 의미를 남겼다. 팔순의 나이에도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국민 오락프로그램’으로 불리우는 <전국노래자랑>을 25년간 진행하고 있는 송해는 공로상을 수상하며, 후배들의 기립박수에 앙증맞은 하트 세레모니로 답례하며 훈훈한 감동을 자아냈다.

이밖에는 지난해 화제작 <쩐의 전쟁>으로서 연기력과 흥행성을 인정받은 박신양은 남자부분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고, <커피프린스 1호점>을 통해 트렌디드라마의 아이콘으로 거듭난 윤은혜는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예능 프로그램의 '맛깔스러운 조연'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는 박명수와 신봉선은 나란히 TV 부문 예능상을 수상하며 2인자 전성시대를 예고했다.


‘말말말’ 스타들의 수상소감-겸손과 인간미

한편 올해 시상식의 수상 소감은 ‘겸손’이 대세였다. 톡톡 튀는 발언이나 화려한 퍼포먼스는 별로 없었지만, 수상의 기쁨에 감격을 감추지 못하거나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고 가족과 동료 등 주위에 영광을 돌리는 스타들의 인간적인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공로상을 수상한 송해는 “젊은이들의 축제에 묵은 사람이 나와서 죄송하다”며 “나름대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모든 분들을 찾아서 걸어온 외곬인생을 가엽고 기특하게 생각해서 이 자리에 서게 해주신 것 같다”고 연륜이 깃든 수상소감을 밝혔다. 수상직후, <전국 노래자랑> 특유의 오프닝 실로폰 소리와 함께 “전국~노래자랑”을 같이 외치는 뒤풀이 세리모니도 웃음을 자아냈다.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임창정은 가족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겸허한 자기반성이 돋보였다. “그간 인터뷰 할 때나 시상식에서 상을 받을 때 늘 좋은 연기자가 되겠다, 기대에 저버리지 않는 좋은 모습 보여주겠다고 이야기해왔는데, 이렇게 큰 상 앞에서 그렇게 살았나 부끄럽다”고 겸손한 소감을 밝히면서 “또 이런 말씀을 드리게 됐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는 좋은 연기자가 되겠다”는 다짐으로 마무리했다.

임창정은 차기작을 묻는 MC의 질문에 “제가 10년만 코믹배우 전문으로 이미지가 굳어져왔는데, 저도 진지하고 악역 같은 것 잘할 수 있으니까, 여기 계신 감독님들 저에게도 그런 시나리오좀 달라”고 재치 있는 막간 자기 PR를 보여주기도 했다.

대상을 수상한 강호동은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씨가 바로 지금의 저 같은 기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공중에 붕 떠있는 느낌이다”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오늘날 자신을 이 자리에 있게 해준 선배 이경규에게는 ‘내 인생의 교과서’, 부모님에게는 “권상우, 장동건같은 미남은 아니지만, 유행을 타지 않는 얼굴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각별한 고마움을 표시하는가 하면, 최근 결혼한 아내에게는 “효진아, 오빠 상 탔다”하며 이름을 크게 외치며 수상의 기쁨을 가장 격정적으로 드러냈다.

또한 자신이 출연하는 프로그램 중 어떤 작품에 가장 애착이 가냐는 MC의 짓궂은 질문에도 “‘1박 2일’동안 생각을 하고, ‘무릎팍도사’를 찾아가서 진정한 ‘스타킹’이 누군지 물어봐야겠다”는 재치 있는 답변으로 최고의 예능 MC다운 순발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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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enes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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